에도가와 란포

란포를 처음 접한 것은 어릴 적 에도가와 란포 게임에서였다. 그 때만 해도 란포라는 작가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고 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따서 필명을 붙였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었다.

이후로도 일본 문학 뿐만 아니라 서양의 소설을 읽으면서 계속 에도가와 란포라는 이름과 맞닥뜨렸다.
그렇지만 실제로 란포의 글을 읽게 된 계기는 몇 년후 우연히 지하철 벤치에 누군가가 읽다가 (아마도 실수로) 놓고 간 동서문화사 판 '음울한 짐승'을 발견하게 되고 나서였다. 이 책을 들고 뒷표지에 적혀있는 얼토당토 않은 스포일러를 읽은 후 본편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음울한 짐승'이라는 중편 소설의, 제목처럼 음울하고 어두운, 무게에 한동안 눌려 지냈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정말로 뼈가 긁히는 듯한 공포를 맛본 것은,
몇 편의 단편을 술술 넘기면서
바로 '인간의자'라는 짧은 글을 읽으면서다.
이, 제목부터 오싹한, 짧지만 전율을 느끼게 하는 단편 소설을 읽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에도가와 란포라는 작가의 무서운 면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도 기발하면서 머리칼이 쭈뼛 서는 듯한 오싹함을 느끼게 만드는 소설을 쓰면서
이 소설을 읽으며, 한줄 한줄 읽어내려갈 수록 심장이 멎을 듯 쿵쾅거릴, 나 같은 독자를 떠올리며
란포는 얼마나 기뻤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에도가와 란포는 참 무서운 사람이다. 그리고 또 무서운 사람이다.

by 룰루아빠 | 2009/06/28 01:33 | 영화, 도서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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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眼保 at 2009/06/28 11:01
저도 에도가와 란포 단편집을 읽어봤습니다. 그 '인간의자'편에서는 정말 저도 소름이 돋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중간중간 읽을때마다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마지막 말씀은 저도 공감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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